예쁜 색감에 끌려서 몇 년 전에 이 영화를 보려고 시도했었지만, 결국 끝까지 다 보지 못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얼마전(이라고 해도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가는;;)에 베르사이유 특별전을 보고나서 재시도.
이번엔 끝까지 봤습니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마리 앙투와네트라는 여성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볼 수 있었습니다.
소피아 코폴라라는 감독이 원래 여성 심리를 잘 그려낸다고 하더라구요. 이 영화밖에 보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확실히 그래요. 반대로 말하면 남자들은 이 영화를 보고 뭥미 -_-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아직 어린 아이가 낯선 외국으로 시집와서 느끼는 불안함과 설렘.
친절하지만 둔하고 무신경하고 센스 없는 남편때문에 느끼는 외로움.
등등등. 마리 앙투와네트의 감정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공감하게 됩니다.
외로워서 쇼핑과 단것, 유흥에 몰두하는 마리 앙투와네트의 모습은 현대 여성과 다를 게 없어요.
근데 루이 16세 진짜, 착하긴 한데, 너무 둔해 ㅠㅠㅠㅠ 너무 센스 없어 ㅠㅠㅠㅠ
답답한데 착하니까 뭐라 말도 못하겠고 ㅠㅠㅠㅠㅠㅠㅠㅠ

마누라를 바라보는 다정한 표정. 크윽. 근데 왜 눈치가 없니!!
그래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의 금슬은 무척 좋았다고 하네요 '-'
화면이 정말 예쁩니다. 의상이며, 헤어며, 화려한 베르사유 궁의 전경이며.
쁘티 트리아농이라든가.. 정말 눈이 즐겁습니다 +_+ (아마도 여자 한정)
그리고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이를테면
모두가 흰머리.
당시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머리에 치장용 화장가루를 뿌리는 게 유행이었대요. 주로 곡물로 만들어져서 기근때에는 왕실에서 백분을 못 쓰게 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었다네요.
말이 좋아 화장가루지,
머리에 밀가루 뒤집어 쓰는 게 유행이었다는 소리(...)
이 밖에도 입국 당시의 마리 앙투와네트 라든가.
닮은 것 같지 않으면서도 분위기가 매우 흡사한 루이 16세.
그나저나 미화를 한다고 했을 공식 초상화에서 저러면 루이 16세의 실제 외모는 어떠했다는 거냐며...(멍)
+ 루이 16세 아버지(루이 15세의 아들)는 꽤 훈남이시라는... 근데 아들은 왜 그러셨어요...ㅠㅠ
이렇게 소소한 디테일들이 정말 많습니다. 전시회와 도록 아니었으면 눈에 보이지도 않았을 거예요.
이 영화는 마리 앙투와네트가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결혼 동맹을 위해 비엔나를 떠나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프랑스 혁명으로 베르사이유 궁전을 떠나는 장면에서 끝이 납니다. 음, 쓰고보니 이런 구성도 뭔가 노린듯한..;;
역사적 인물을 다룬 영화이지만,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역사를 공부하고 봐야하는 영화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배경지식 전혀 없이 보면 이뭥 -_- 할 수 있습니다. 약 20년의 시간을 2시간에 압축해서 보여주려니 중간중간 스토리가 씨디 튀듯 튀는 것 같기까지 해요. 하지만 역사를 좀 알고 본다면 오히려 은근히 암시되는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아아아, 훗훗훗 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덤으로, 화려한 여성편력을 왠지 납득케 하는 루이 15세(...)
전신 그림인데, 진짜 미중년 포스 좔좔.
+ 베르사유 특별전 가서 남자들 얼굴만 보고 온 것 같지만, 진짜 루이 15세는 좀 멋짐(응?)
+ 당시 여자들 취향에도 감격했습니다요. 그릇이나 의자가 몇백년이 흘렀는데도 조금도 촌스럽지 않아!!!! 멋쥐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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